• 15 15℃ 서울
  • 15 15℃ 인천
  • 13 13℃ 춘천
  • 10 10℃ 강릉
  • 15 15℃ 수원
  • 17 17℃ 청주
  • 17 17℃ 대전
  • 13 13℃ 전주
  • 17 17℃ 광주
  • 16 16℃ 대구
  • 15 15℃ 부산
  • 16 16℃ 제주

광주시민 무차별 총살해 죽인 군인 "진급 못한 내가 피해자"

5·18 광주 민주화 항쟁 계엄군을 지휘했던 당시 소령이 "내가 피해자"라는 발언을 해 공분을 사고 있다.

인사이트SBS '그것이 알고 싶다'


[인사이트] 황효정 기자 = "계급장 하나만 더 달았어도 내가 이렇게 고생 안 해. 그때 연금만 탔어도..."


1980년 5월 시민들을 진압했던 공수부대 소속 간부가 억울함을 토로했다.


지난 19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광주 5·18 민주화 항쟁 당시 계엄군이 자행한 민간인 학살의 실체를 파헤치며 학살사건 중 하나인 '주남마을 총격사건'을 다뤘다.


주남마을은 광주광역시 외곽에 위치한 작은 마을이다. 1980년 5월 23일, 계엄군은 이 마을을 지나던 작은 버스에 총격을 가했다.


인사이트5·18민주유공자유족회


20분에 걸쳐 이어진 집단 총격에 승객 18명 중 17명이 이유도 모른 채 죽었다. 버스에는 10대 여고생 4명도 있었다.


당시 총격에도 생존한 몇몇 시민들은 부상을 입은 채 계엄군에 울며 애원했다. 


이때 한 소령이 "귀찮게 왜 데려왔느냐"며 사살을 명령했다. 결국 시민들은 산에서 총살, 매장됐다.


이날 제작진은 사살을 직접 명령했던 주인공인 공수부대 전 간부를 찾아갔다.


인사이트SBS '그것이 알고 싶다'


당시 11여단 소령이었던 A씨는 '그것이 알고 싶다' 측과의 인터뷰에서 명령 사실을 부인하며 "나도 피해자"라고 주장했다.


"군인은 피해자가 없냐. 죽지만 않았을 뿐 (피해자다)"라고 발언한 A씨는 "군인이 장교로 진급 못 하면 피해자다. (계급장) 하나만 더 달았어도 내가 이렇게 고생 안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내가 본 상황은 (사람들) 주머니에서 실탄이 나왔다는 거다. 그건 폭도"라며 단호한 태도를 보였다. 


제작진이 "폭도면 사살해도 되는 거냐"고 묻자 A씨는 "참 한심하다"고 되려 일갈했다.


그러면서 "선의의 피해자도 있지 않았겠나 생각하지만 그건 할 수 없다. 그거는 이해를 좀 해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인사이트SBS '그것이 알고 싶다'


1980년 광주에서 행방불명 된 사람은 500여 명으로 집계된다. 피해자로 인정된 사람은 82명에 불과했다.


방송은 당시 계엄군이 마을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10대 학생들을 쏘거나, 집안까지 들이닥쳐서 총살을 자행했다는 내용을 전했다.


그러나 국가라는 이름 아래 시민들에게 폭력을 가하고 학살한 당사자들은 오늘날까지도 반성은커녕 제대로 사실을 인정하지도 않고 있는 상황.


38년이 지났다. 해마다 5월은 돌아오지만 역사적 비극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우리는 여전히 아픈 상흔을 안고 다시 38번째 봄을 마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