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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년 전 입양 보냈던 딸이 저를 찾고 있습니다"

스웨덴으로 입양보낸 딸이 자신을 찾고 있다는 연락에도 선뜻 용기가 나지 않는다는 엄마의 사연이 전해졌다.

인사이트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인사이트] 황규정 기자 = 홀로 키울 수 없어 애끊는 심정으로 입양 보냈던 어린 딸이 23년이 흘러 엄마를 찾고 있다.


그러나 아무것도 해준 게 없는 엄마는 미안한 마음에 선뜻 딸을 볼 용기가 나지 않는다.


지난 17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입양보냈던 자식의 연락을 받고 깊은 고민에 빠진 한 여성의 사연이 올라왔다.


영숙(가명)씨는 23년 전 배 속에 아이를 품은 채 이혼을 했다. 남편 없이 딸아이를 낳았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만큼 예쁜 딸이었지만 혼자 자식을 키울 여건이 되지 않았다.


아이 아빠와 시댁은 아들이라면 키울텐데 '딸'이라서 안 된다며 차갑게 돌아섰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50일 가까이를 혼자 키우며 영숙씨는 점차 지쳐갔다. 산후우울증이 심해 아이의 울음소리만 들려도 짜증이 밀려왔다.


살도 20kg 가까이 빠졌다. 보다 못한 친정부모는 '손녀보다 내 딸이 먼저'라며 영숙씨에게 입양을 권유했다.


결국 영숙씨는 딸을 보육원에 맡긴 후 친권 포기각서를 쓰고 집으로 돌아왔다.


친정 부모는 영숙씨가 돌아오기 전 아기 물건을 모두 치워버렸다. 혹시나 미련이 남을까 싶어 선택한 부모의 마음이었다.


몇 달 후 세탁기 밑에서 아기 양말 한 짝이 나왔을 때 영숙씨는 참아왔던 울음을 토해냈다.


꼬박 열 달을 품에 안고, 배 아파 낳은 자식인데 영숙씨라고 괜찮을 리 없었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바쁜 일상 속에서도 딸을 향한 그리움은 불현듯 영숙씨의 가슴을 후벼팠다. 미역국은 입에 대지도 않았다. 그럴 자격이 없는 엄마라 생각했다.


생리대 사는 중학생들을 볼 때면 어느덧 10대가 되었을 딸아이가 먼저 생각났다.


양부모에게 학대당하다 사망했다는 기사가 나오면 심장부터 뛰었다.


애써 '우리 아이는 사랑 듬뿍 받으면 잘 자랄거야'라고 자신을 다독이며 하루하루를 버텼다.


그렇게 23년이 지난 어느 날 입양 보냈던 딸이 자신을 찾고 있다는 연락을 받았다.


영숙씨의 간절한 바람대로 다행히 아이는 스웨덴 중산층 부모에 입양돼 극진한 사랑을 받으며 잘 자라왔다고 했다.


기쁜 마음도 잠시 영숙씨는 마음 한쪽이 무겁다. 해준 것 하나 없는데 그저 '친엄마'라는 이유로 딸을 만나도 될지 고민이 앞선다.


딸을 볼 면목이 없어 용기가 나지 않는 영숙씨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뉴스1


영숙씨의 사연에 누리꾼들은 하나같이 "꼭 만나야 한다"고 조언했다. 혹여나 아이가 원망하고 미워하는 마음에서 찾았더라도 만나야 한다고 말했다.


아이를 꼭 안고 '미안하다', '보고 싶었다', '잘 자라줘서 고맙다'는 진심을 전해야 엄마의 도리라고 덧붙였다.


한 누리꾼은 "당시 상황을 솔직하게 얘기하면 충분히 이해해 줄 거다. 하지만 지금 만나주지 않는다면 그 애는 평생 버림받은 상처를 안고 살아가야 한다"고 전했다.


실제로 많은 해외 입양아들이 자신의 뿌리를 찾기 위해 한국을 찾는다.


지난해 해외 입양인의 입양정보 공개청구 건수는 1900여건으로, 2012년 250건에서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뉴스1


벨기에 입양인 박모씨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엄마를 알지 못하고는 내 인생은 절대 완벽하거나 온전해질 수 없다"며 친부모를 찾게 된 이유를 밝히기도 했다.


평창 동계올림픽에 출전한 프라스타일 스키 국가대표 이미현 선수도 한국으로 돌아와 친부모를 찾는 중이다.


하지만 관련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아 입양 가족을 찾는 데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해외 입양인들이 부모를 찾고, 국내에서 정착할 수 있도록 국가적 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