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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사랑'하는 사람들이 읽으면 눈물 펑펑 쏟는다는 한 편의 시

평생 볼 수 없는 달빛을 딱 한 번 보게 된 사람, 그 사람에게 달빛은 어떤 존재일까.

인사이트(좌) 온라인 커뮤니티, (우) 영화 '파수꾼'


[인사이트] 김연진 기자 = 날 때부터 발에 쇠고랑을 찬 채


평생 다리도 펼 수 없는 작은 감옥 안에 갇혀 살던 사내가 있었습니다.


빛 한 점 들어오지 않는 이곳이,


세상의 전부려니


별 불평도 없이 살았는데 말입니다.


인사이트온라인 커뮤니티


그런데 딱 하루, 창이 열리던 날에 사내는 달을 보게 되었습니다.


사내는 그만 달빛을 사모하게 되었지요.


이제는 평생 그 달빛을 볼 수 없는데 말입니다.


인사이트영화 '절정'


달빛을 보게 된 건,


사내에게 잘된 일입니까?


아니면 잘 안 된 일입니까?


- 이육사, 달빛을 사모한 사내 -


마지막 줄을 읽자마자 머리가 띵하다. 눈물이 핑 돈다. 가슴이 먹먹하다.


찬란한 달빛, 그 달빛을 다시는 볼 수 없는 사내. 그리고 사내의 마음.


시인 이육사는 수필집 '전조기(剪爪記)'에서 '달빛을 사모한 사내'라는 작품의 마지막 줄을 이렇게 썼다.


이육사는 114년 전 오늘인 1904년 5월 18일, 경북 안동에서 태어나 광복을 약 1년 앞둔 1944년 1월 16일 눈을 감는 날까지 한순간도 조국을 잊지 않았다.


치욕스러운 역사인 경술국치를 시작으로 일제의 먹구름이 조국을 집어삼킨 일제강점기를 보내며 저항하고, 또 저항했다.


인사이트이육사 문학관


역사는 그를 민족시인이자 저항시인이라고 기록했다.


이육사의 시, 수필과 같은 작품은 현재까지도 수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며 큰 울림을 주고 있다.


작품에 깃든 민족정신과 저항, 열망이 우리에게도 전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육사를 정말 위대하다고 평가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 바로 보편성이다.


이육사는 작품에 시대상을 반영하면서도, 반영하지 않았다.


읽는 이의 상황과 심정에 따라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다. 무엇인가를 열망하는 사람, 어떤 일을 간절히 바라는 사람, 누군가를 열렬히 사모하는 사람. 누구에게나 달빛이 있다.


이육사는 물었다. 평생 볼 수 없는 달빛을 딱 한 번 보게 된 사람, 그 사람에게 달빛은 어떤 존재일까. 그 달빛은 어떤 의미일까.


당신은 어떤가. 달빛을 사모하는 당신은 그 달빛을 보게 된 것이 행복한가, 아니면 불행한가.


인사이트이육사 문학관


참 어렵다. 하지만 공감할 것이다. 그리고 자신만의 달빛을 떠올릴 것이다.


그 전에 생각해보자. 밤하늘에 달이 떠 있어도, 달을 볼 수 있는 창문이 없다면 그 달빛도 빛을 잃는다.


찬란한 보름달, 구슬픈 그믐달, 아련한 초승달. 모두 볼 수 없다.


창문이 없는 사람들은 일평생 딱 한 번이라도 보고 싶은 달빛을 못 본다. 창문이 있다는 사실 자체에 감사할지도 모른다.


자, 이제 그럼 필자가 물어보겠다.


당신의 마음속 창문은 어디에 있는가.


인사이트온라인 커뮤니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