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수저면 합격?" 하나·국민·신한·우리까지…취준생 울린 은행권 채용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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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트] 황규정 기자 = "어디 금수저 아니면 서러워서 살겠나"


금융권 입사를 준비하는 취준생들이 요즘 한숨과 함께 습관적으로 내뱉는 말이다.


고시원 생활까지 불사하며 은행 취업에 열을 올리고 있던 찰나, 지난해부터 우리은행을 시작으로 은행권 채용 비리가 줄줄이 터졌다.


KEB하나은행, 신한은행, 국민은행은 물론 대구, 광주 등 지방은행으로까지 채용 비리 의혹이 확산됐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사진 제공 = 국민은행 


대부분 전·현직 은행장, 임직원, 고위 공직자, VIP 고객 등의 청탁을 받고 채용 과정에서 자녀와 친인척에게 특혜를 준 혐의다.


여기에 하나은행은 일명 SKY로 불리는 특정 대학 출신의 신입행원을 뽑기 위해 면접 점수를 조작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국민은행 인사팀 실무자는 인사 청탁 명단을 부하 직원에게 관리하라고 지시한 혐의로 검찰에 구속기소됐다.


감사 대상이 아니었던 신한금융도 전·현직 임직원 자녀 20명이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끝내 금감원 감사를 받게 됐다. 


이쯤이면 특정 기업의 잘못이라기보단 은행권 전체에 만연해있던 것은 아닌지 합리적 의심이 들게 한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사진 제공 = 우리은행 


과거 스펙을 중요시했던 금융권은 돌연 2005년부터 '블라인드 채용'을 도입했다.


편견 없이 공정하고 투명하게 직원을 뽑겠다는 금융권의 다짐이었다.


그런데 학점, 금융자격 등 정량적 평가가 불가능해지자 일부 은행의 채용 과정이 오히려 깜깜이식으로 변질됐다.


자기소개서, 면접 등 심사위원의 주관에 따라 점수가 매겨지고 이 과정에서 외부 입김이 들어갈 틈이 생긴 것이다.


채용 비리가 터져도 은행이 "면접관 재량에 따라 충분히 자격있는 지원자"라고 주장하면 청탁을 했다는 직접 증거를 찾지 못하는 이상 특혜를 입증할 방법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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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피해는 고스란히 취준생들의 몫이 됐다. 금감원이 금융권 채용 비리에 칼을 빼들자 은행권은 곧바로 몸 사리기에 들어갔다.


논란에 휩싸이느니 차라리 채용 자체를 안 하겠다는 심산이다.


실제로 상반기 정규직 신입행원 공채를 진행하고 있는 곳은 전체 19개 은행 중 우리은행(200명)과 농협(350명), 기업은행(170명), SH수협은행(70명) 등 4곳에 불과하다.


채용 규모가 큰 KB국민, 신한, 하나은행 역시 상반기 채용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그동안 행원의 꿈을 안고 달려온 취준생들은 깊은 허탈감에 빠졌다. 금수저들의 특혜 채용만으로도 속상한데 그나마 있던 바늘구멍마저 사라져 버린 형국이 됐다.


채용 절차의 개선을 고심하기 보다 일단 문부터 걸어잠그고 보자는 은행권의 소극적인 행보가 더욱 무책임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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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이 확산되자 시중 은행은 은행연합회를 중심으로 '채용 모범규준' 제정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실제 비리 당사자에게 합격 취소, 퇴사 등 직접적인 불이익을 주는 방안에는 뜸을 들이고 있다.


지금도 검찰 조사를 받은 회장님의 안위와 청탁 입김을 불어 넣었던 높으신 분들의 눈치를 살피기에 여념이 없다.


자기 식구 감싸기에 급급해 강력 징계를 주저한다면, 이제 그 역할은 정부가 할 수밖에 없다.


채용 비리 연루자를 철저히 색출하고 엄중히 처벌하는 것은 물론, 해당 은행이 공정한 채용 절차를 마련하도록 강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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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기업, 산업, 한국수출입 등 국책은행에서는 채용 비리에 연루된 관계자와 합격자 모두를 퇴출시키는 내부 규정을 마련했다.


수출입은행의 경우 임직원 행동 강령에 가족 채용을 제한하는 조항까지 담았다.


사후 법적 처벌이 내려지기에 앞서 처음부터 청탁이 어려운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뜻으로 분석된다.


채용 비리가 확인돼도 솜방망이 징계에서 그치는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 강력한 내부 조치를 마련한 셈이다.


국책은행에서 보여준 이러한 변화를 시중 은행에서도 찾을 수 있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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