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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영어 울렁증'이 있는 이유는 일본 때문이다

일본은 조선에 일본식 교육 시스템을 도입해 일본인 교사들이 직접 학생들을 가르치도록 했다.

인사이트MBC '무한도전'


[인사이트] 김연진 기자 = 눈이 마주쳤다. 푸른 눈이다. 배낭을 메고 있는 것을 보아 외국인 관광객이 틀림없다.


나에게 다가온다. 세상에서 가장 순수한 웃음을 지으며 다가온다.


분명히 나에게 길을 물어볼 것이다. 어쩌지? 등에 흐르는 땀 줄기가 오늘따라 더 크게 느껴진다.


드디어 때가 왔다. 외국인 관광객이 묻는다.


"How can I get to Gyeongbokgung?"


와, 난감하다. 머릿속에 오만가지 영단어들이 떠오르는데 조합이 안 된다. 뭐라고 말하지?


"어... 음... 엄... 하하! 쏘..쏘리..."


인사이트KBS2 '해피투게더'


줄행랑이다. 꽁무니에 불이 붙은 것마냥 냅다 뛰기 시작한다. 얼굴이 빨개진 것이 느껴진다.


무려 10년이 넘도록 학교에서 영어를 배웠는데 이렇게 영어 실력이 엉망이라니. 괜히 한국 교육 시스템의 문제점을 지적해본다.


당신만 그런 것이 아니다. '영어 울렁증'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한국인들은 영어에 자신감이 없다.


하지만 원래 한국인들은 영어 실력이 굉장히 뛰어나기로 정평이 나 있었다고 한다.


"아시아 국가 중 가장 영어 실력이 유창하고 교육 수준이 높은 민족"


인사이트tvN '동네의 사생활'


바로 19세기 후반, 대한제국에 있던 선교사들은 한국인들을 보고 감탄하며 이렇게 말했다.


당시 대한제국에는 '교이영문영어(敎以英文英語)'라는 교육 원칙이 있었는데, 이는 "모든 과목을 영어로 말하고, 듣고, 쓴다"는 것이었다.


실제로 고종은 영어 교육에 관심이 많았고, 지난 1886년 최초의 근대식 공립교육기관인 육영공원을 설립해 해외 원어민 출신만을 교사로 채용했다.


고종의 확고한 교육 철학에 따라 학생들은 일찍부터 영어 교육을 받을 수 있었다. 자연스럽게 영어 실력은 일취월장.


재앙은 바로 일제강점기부터였다.


인사이트tvN '동네의 사생활'


당시 일본은 조선에 일본식 교육 시스템을 도입해 일본인 교사들이 직접 학생들을 가르치도록 했다. 물론 역사 왜곡, 이데올로기 주입, 황국신민화 과정까지 포함됐다.


문제는 일본인들의 영어 실력과 발음이었다. 일본어 특징상 영어 발음을 유창하게 소화할 수 없었고, 일본인 교사들도 마찬가지였다.


일본은 어쩔 수 없이 영어를 문법, 해석 중심으로 가르치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한국의 영어 교육은 회화가 아닌 문법 위주로 바뀌게 된 것이다.


물론 역사에는 가정(假定)이 없지만, 역사학자들은 일본의 교육 시스템 없이 우리나라의 교육 시스템이 자생적으로 발전했다면 엄청난 변화가 있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인사이트국가보훈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