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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만에 초등학교 문방구를 찾아간 20대 청년이 눈물 쏟은 이유

오랜만에 자신이 다니던 초등학교 근처를 걷던 20대 청년은 어릴 적 자신에게 도움을 준 할아버지가 계신 문구점을 다시 찾았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영화 '미나 문방구'


[인사이트] 최민주 기자 = 지금은 많이 사라졌지만 10년 전 까지만 해도 초등학교 근처에는 항상 작은 동네 문구점이 자리해 있었다.


학년과 과목 이름만 대면 주인 아주머니, 아저씨들은 귀신같이 필요한 준비물을 내주시곤 했다.


100원, 200원짜리 군것질 거리와 앉은뱅이 오락기가 즐비했던 초등학교 문구점의 풍경. 지금은 20대가 된 한 청년도 문득 그 때의 추억을 떠올렸다.


어릴 적 집이 가난해 매번 수업 준비물을 챙겨가지 못했던 A씨는 수수깡을 사야 했던 그 날도 문구점 앞에서 울고 있었다.


이를 발견한 주인 할아버지는 A씨를 문구점 안으로 데리고 온 뒤 달래주며 "왜 우느냐"고 물었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영화 '미나 문방구'


울음을 그친 A씨가 수수깡 살 돈이 없다고 대답하자 할아버지는 지병 때문에 떨리는 손으로 수수깡세트 하나를 집어 A씨에게 건넸다. 그리고 100원짜리 간식도 손에 쥐어 보냈다.


이후로도 할아버지는 문구점 앞을 지나는 A씨에게 공책, 모나미 볼펜 등 필기구 등을 몰래 챙겨줬다.


변변한 친구 한 명 없었던 A씨는 학교가 끝난 후 매일같이 문구점을 찾아가 할아버지의 말동무로 지내며 바둑도 배웠다.


초등학교 졸업 후 10여년이 흐른 지금도 그 기억을 간직하고 있었던 A씨는 최근 학교 앞 문구점을 다시 찾았다.


반갑게도 할아버지는 아직 문구점을 하고 계셨고 A씨는 지난날의 은혜에 보답하고 싶어 문구점에 있는 간식거리들을 있는 대로 담았다.


인사이트온라인 커뮤니티


떨리는 마음으로 A씨가 1만원짜리를 건네자 할아버지는 오래된 계산기를 두드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A씨는 할아버지의 행동에 눈물을 쏟을 수밖에 없었다.


과자 값을 계산하는 듯 했던 할아버지는 돈이 담긴 통에 1만원을 넣고 5천원짜리 2장을 꺼내 A씨에게 건넸다. 할아버지의 손은 아직도 떨리고 있었다.


A씨는 눈물을 훔치며 할아버지에게 "내가 예전에 할아버지한테 도움도 받고 바둑도 같이 둔 00이다"고 말했지만 할아버지는 A씨를 기억해내지 못했다.


그럼에도 A씨는 할아버지에게 "이렇게 다시 만날 수 있어 너무 좋다"며 감사하다는 말을 전했다.


그때 할아버지에게 '아버지'라 부르는 낯선 남성이 들어왔다. 이 남성과 문구점 한쪽 방에서 이야기를 나누게 된 A씨는 할아버지가 현재 치매를 앓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bank


비록 기억은 잃었지만 할아버지의 몸은 문구점에서의 생활을 기억하고 있었고 지금도 같은 자리에 서 있게 된 것이다.


가난하고 외로웠던 어린 시절, 둘도 없는 친구이자 따뜻한 어른이 돼 주었던 할아버지는 이제 점점 희미해져가는 기억 속에 문구점을 지킨다.


울고 있는 아이에게 할아버지가 건넨 건 천 원짜리 수수깡이었지만 아이가 받은 건 포근한 정과 위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