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살 젊은 나이에 죽은 소방관의 '소방복'을 벽에 걸어 둔 최인창 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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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트] 황규정 기자 = "범석이의 억울한 사연을 듣고 30분간 펑펑 울었습니다"


재직 중 희소암을 판정받은 31살 故 김범석 소방관이 세상을 떠난지도 벌써 4년이 흘렀다. 


당시 김 소방관은 수백차례 현장에 출동하며 각종 유해물질에 노출됐지만 인과 관계가 확실치 않다는 이유로 공상 인정을 거부당했다. 


그런 소방관의 억울한 사연을 알고 공무상재해 인정을 위해 싸우고 있는 남성이 있다. 


매일 김범석 소방관의 유품을 사무실에 걸어두고 법 개정에 힘쓰고 있는 119소방안전복지사업단 최인창 단장이 그 주인공이다.


인사이트YTN '국민신문고' 


1989년 소방전문지 기자로 처음 소방관과 인연을 맺게 된 최인창 단장은 현재 119소방안전복지사업단에서 단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퇴직소방관으로 구성된 대한민국재향소방동우회에서 운영하는 119소방안전복지사업단은 현직 소방관의 애로 상황은 물론 퇴직 소방관들의 권익 보호를 관장하는 단체다.


아직 출범한지 3년밖에 되지 않았지만 그동안 공상 신청을 내도 외면받았던 소방관들의 승소를 6건이나 이끌어낼 만큼 가시적인 성과를 거뒀다.


이곳의 수장 최인창 단장은 공무 중이나 퇴직 후 억울한 일을 겪은 소방관들을 보듬고 이들의 권리와 명예를 되찾기 위해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하루를 보낸다.


인사이트Facebook '119소방안전복지사업단'


최 단장이 故 김범석 소방관을 알게된 건 3년 전이었다. 


이날도 어김없이 최 단장은 혹시나 놓친 소방관들의 민원이 있을까 싶어 매일 각종 정부기관, 청와대 민원 게시판 등을 꼼꼼히 살피고 있었다. 


그러던 중 최 단장 눈에 김 소방관의 아버지가 올린 글이 들어왔다.


2006년 임용돼 1천차례가 넘도록 구조현장을 누볐던 김 소방관은 2013년 8월 고열과 호흡곤란으로 쓰러졌고 3개월 뒤 혈액육종암을 진단받았다.


제대로 손써보지도 못하고 김 소방관은 암 판정 7개월만인 2014년 6월 23일 세상을 떠났다.


유가족은 공무원연금공단에 공무상 사망으로 연금을 신청했지만 발병 원인과 공무가 직접적인 관계가 없다며 공상 인증을 받지 못했다.


인사이트Facebook '119소방안전복지사업단'


이런 김 소방관의 사연을 알게 된 최 단장은 그 자리에서 30분을 울었다고 했다. 곧바로 김 소방관 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어 도움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이후 김 소방관 아버지와 함께 표창원 의원을 찾아가 도움을 요청했다. 소방관의 열악한 환경을 알게 된 표 의원은 이후 이른바 '김범석 소방관법'을 대표발의한다.


해당 법안은 김 소방관처럼 재난, 재해현장에서 3년 이상 종사한 공무원이 암 등 질병을 얻었을 경우 공무원연금관리공단이 인과관계 없음을 입증해야 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만약 공단이 인과관계 없음을 입증하지 못하면 공무원은 무조건 공상 인정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여전히 김범석 소방관법은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위험직군이 소방관만 있는게 아닌데, 소방관만 이를 인정해줄 경우 다른 업종과의 형평성이 어긋난다는 게 그 이유다.


최 단장은 "매번 언론이나 의료계에서 '소방관이 암 걸릴 확률 일반인데 10배'라는 연구결과가 나오는데, 갑자기 암에 걸리면 인과관계를 개인에게 증명하라고 한다"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인사이트(좌) 김범석 소방관이 남기고 간 유품 , (우) 김범석 소방관 생전 구조활동 당시 모습 / 사진 제공 = 119소방안전복지사업단


최 단장이 일하고 있는 복지단 사무실 한쪽 벽에는 김 소방관이 생전 입었던 소방복이 걸려 있다.


최 단장은 매일 이 옷을 보며 하늘에 있을 김 소방관을 떠올린다. 최 단장의 소원은 단 하나다. 


하루빨리 '김범석 소방관법'이 통과돼 김 소방관은 물론 대한민국 모든 소방관들의 미소지을 수 있는 날이 오는 것. 


최 단장은 '김범석 소방관법'이 통과될 때까지 이 옷을 벽에 걸어둘 생각이다.


지금도 순직이나 공상 인정을 받지 못하고 사비로 병원비를 대느라 기초생활수급자로 생활하는 소방관과 그 가족들이 있다.


최 단장은 소방관들의 복지가 보장돼야 국민 안전도 지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순직을 해야만 혜택을 주는 것이 아니라 국가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전·현직 소방관을 지원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울러 최 단장은 소방관의 인권이 개선될 수 있도록 국민들의 많은 관심과 응원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황규정 기자 kyoojeong@insigh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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