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무 중 숨진 이마트 직원의 계산대에는 국화가 놓여있었다"

인사이트국화가 놓여있는 24번 계산대 / 인사이트


[인사이트] 황기현 기자 = 이마트 구로점에서 근무 중이던 직원이 갑작스레 쓰러져 목숨을 잃었다.


무빙워크 수리 중 노동자가 사망한 지 3일 만에 벌어진 사고에 이마트의 안전 불감증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일 소방당국과 마트산업노동조합(마트노조) 등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밤 10시 33분께 서울 구로구 이마트 구로점에서 계산 업무를 보던 권모씨가 갑자기 쓰러졌다.


권씨는 당시 계산대에서 업무를 보던 중 갑자기 가슴 통증을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사이트이마트의 사과를 촉구하는 마트노조 / 인사이트


당시 매장에는 보안 담당자를 비롯해 수많은 직원이 있었지만 심폐소생술에 나선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출동한 보안팀 역시 권씨의 옷 단추를 풀고 "권 여사님"이라며 이름을 불렀을 뿐이었다고 한다.


이를 보다 못한 한 고객이 권씨에게 1~2분간 심폐소생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119 구급대는 신고 후 약 10분 만에 도착했다. 하지만 '골든타임' 동안 응급처치를 받지 못한 권씨는 결국 사망했다.


인사이트이마트의 사과를 촉구하는 마트노조 / 인사이트


며칠 새 사망 사고가 두 건이나 발생하자 마트노조는 이마트의 안전 불감증을 비판하고 나섰다.


전수찬 이마트 노조위원장은 수많은 사람이 모이는 대형마트인데도 심폐소생술을 할 수 있는 안전 관리자가 한 명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전 위원장에 따르면 이마트 구로점에는 심폐소생술을 위한 제세동기도 한 대뿐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2일 이마트 구로점 앞에서 열린 권씨 추모행사에서 만난 직원들 역시 "제세동기가 있는지도 몰랐다"고 입을 모았다.


인사이트권씨 추모행사 / 인사이트


이마트가 제세동기 사용법은 물론 비치 여부에 대한 교육을 단 한 번도 시행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사용법을 숙지한 사람이 없으니 권씨가 쓰러진 순간에도 제세동기는 무용지물이었다.


하지만 이마트 측은 "매장 내 관리 직원들은 매뉴얼에 따라 최선을 다해 응급처치를 했다"고 반박했다.


권씨가 쓰러진 지 1분 만에 보안팀과 영업팀 직원이 출동해 119 소방대원의 전화 지시에 따라 권씨의 기도를 확보하고 몸을 마사지했다는 것이다.


인사이트이마트 구로점 / 인사이트


심폐소생술의 경우 사고 초반 권씨가 의식이 있었기 때문에 하지 않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한편 노조 측은 이번 사고가 일어난 원인이 이마트의 '휴게 시간 단축'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마트는 1월 주 35시간 근무제를 정착하겠다며 밤 12시까지이던 73개 점포 폐점시간을 오후 11시로 단축했다.


그러나 이날 만난 노조원 A씨는 "(이마트가) 근무 시간을 줄인다고 하면서 휴게 시간을 단축해 노동 강도는 더 높아졌다"고 호소했다.


실제 이마트는 계산원들의 휴게 시간을 6시간 근무 기준 40분으로 규정했다. 20분씩 두 번 쉬는 방식이다.


인사이트이마트의 사과를 촉구하는 마트노조 / 인사이트


근로기준법상 휴게 시간은 8시간 근무에 1시간 휴식이라 이 같은 제도는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계산원들은 이 시간에 정산과 잔돈 교환 근무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대로 된 휴식을 보장받지 못하는 것이다.


이날 만난 직원 A씨 역시 "휴게시간이 휴게시간이 아니다"라면서 "커피 한 잔 마실 여유도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휴게 시간 단축이 대기업의 '꼼수'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인사이트는 이에 대한 입장을 듣기 위해 점장 등에게 인터뷰를 요청했으나, 이마트 측은 "바빠서 어렵다"고 대답했다.


황기현 기자 kihyun@insigh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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