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상연맹과 비교되는 '비리 1도 허용 않는' 양궁협회

노선영 선수를 위로하는 밥데용 코치 / SBS

[인사이트] 이하영 기자 =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팀추월 경기에서 노선영 선수 '왕따설'이 일파만파 번지는 가운데 빙상연맹의 고질적인 파벌 싸움에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지난 19일 강릉 스피드 스케이팅 경기장에서 열린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여자 팀추월 준준결승전에서는 노선영, 김보름, 박지우 선수가 출전한 한국 여자 대표팀은 7위를 기록하며 준결승 진출이 좌절됐다.

이날 경기에서 많은 국민들을 속상하게 했던 부분은 순위가 아니라 단합되지 않은 '팀 분위기'였다.

노선영 선수를 뒤에 두고 질주하는 김보름, 박지우 선수 / SBS

서로 밀어주며 응원하는 것이 팀추월의 기본이지만 김보름과 박지우 선수는 선두로 달리다 지친 노선영 선수를 뒤에 둔 채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인터뷰에서도 김보름 선수는 "저희와 노선영의 격차가 벌어지면서 기록이 아쉽게 나온 것 같다"며 노선영 선수를 탓하는 듯한 발언으로 논란이 되기도 했다.

선수들을 탓하는 분위기도 있지만 이번 문제는 안현수 선수 때부터 시작해 지속해서 제기되어 온 빙상연맹의 고질적인 '내 편 챙기기'라는 파벌 문제로 보는 여론이 높다.

쇼트트랙, 스피드스케이트 등 동계스포츠 '메달밭'을 책임지는 빙상연맹이 항상 구설에 오르는 이유다.

리우올림픽 양궁 여자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따고 환호하는 선수들 / 연합뉴스

이에 반해 하계스포츠 종목인 양궁의 세계 정상을 꾸준히 유지해온 양궁협회는 '파벌 논란'을 한 번도 일으킨 적이 없다.

양궁협회는 선발전부터 대표가 되기까지 철저히 선수의 실력을 본다.

학연, 지연, 혈연 등 어떠한 인맥도 소용없으며 이전에 올림픽에서 금메달 땄다 해도 예외 없이 4,055발을 쏘는 선발전을 반드시 치러야 한다.

모든 선수에게 적용되는 선발전은 기존 선수들에게도 긴장을 늦추지 않는 힘이 되기 때문에 경기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 

대신 양궁협회가 각별히 신경 쓰는 것은 선수들의 컨디션이다. 최상의 컨디션 마련을 위해 선수를 위한 편의 시설은 항상 최고급으로 준비한다.

리우올림픽 양궁 금메달리스트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2016년 리우 올림픽 때는 경기장에서 선수촌까지의 거리는 1시간 30분 가까이 걸릴 만큼 상당한 시간이었다.

정의선 양궁협회장은 경기장이 가까운 곳에 자리를 확보해 대형 리무진 버스와 콘테이너 박스를 설치해 선수들에게 호텔 수준의 휴식공간을 제공했다.

경기장에서 차로 5분 거리에 위치한 전용 휴게소에서 양궁 대표선수들은 TV를 갖춘 응접실, 간이침대에 더해 항시 대기하는 한식 조리사가 만들어 준 음식을 먹을 수도 있었다.

양궁협회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은 우리 대표팀은 올림픽 사상 최초로 남녀 개인·단체전에서 첫 전 종목 석권의 기념비를 세운다.

리우올림픽 양궁 남자 개인전을 마치고 선수들이 양궁협회장을 헹가래하는 모습 / 연합뉴스

근대 올림픽의 창시자 피에르 드 쿠베르탱은 "올림픽 대회의 의의는 승리하는데 있는 것이 아니라 참가하는데 있으며, 인간에게 중요한 것은 성공보다 노력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이전에는 금메달을 따지 못한 선수에게 야유를 퍼붓는 한국 관중도 있었지만 이제는 애쓴 선수들에게 박수를 보내는 사람이 더욱 많다.

국민들이 진정 부끄러워했던 것은 7위라는 성적이 아니라, 팀 경기에서 한 선수를 뒤에 둔 채 먼저 들어왔던 선수들의 비정한 모습임을 빙상연맹이 기억해주길 바란다.

뒤에서 밀어준 노선영 버리고 결승선 통과한 김보름·박지우 (영상)선두에서 달리던 노선영은 더 좋은 기록을 위해 팀원들을 밀어주며 최선을 다했지만 정작 동료들은 뒤쳐진 그녀를 외면했다.

고1 정재원이 힘들어하자 뒤에서 조용히 밀어주는 팀추월 김민석 (영상)한국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팀추월 대표팀이 준준결승에서 1위 기록을 세우며 준결승에 진출한 가운데, 이 과정에서 팀추월 대표팀이 보여준 환상적인 호흡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이하영 기자 hayoung@insigh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