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예뻐서 그랬나 보지"…성폭행 피해 여성 '두 번' 죽이는 경찰
여성단체들이 경찰이 폭력 사건 피해자 여성에게 2차 피해를 가하고 있다며 대응체계를 쇄신을 요구했다.
[인사이트] 배다현 기자 = 여성단체들이 경찰이 폭력 사건 피해자 여성에게 2차 피해를 가하고 있다며 대응체계를 쇄신을 요구했다.
30일 한국여성의전화 등 424개 여성단체로 이뤄진 '경찰의 여성폭력 대응 전면 쇄신을 위한 공동행동'은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기자회견에서 공동행동은 가정폭력·성폭력 등 사건에서 경찰이 피해자에게 '2차 피해'를 입힌 사례를 공개했다.
사례 중에는 아버지에게 구타당해 얼굴이 피범벅이 된 채 경찰서로 도망간 한 피해자에게 경찰이 "그러게 왜 아빠한테 반항했어. 나도 네 나이 때 맞고 자랐어"라고 말한 경우가 있었다.
남동생이 부엌칼을 들고 방문 앞에서 "죽은 듯이 살라"는 등 협박을 하길래 너무 무서워 신고했더니 "이 나이까지 시집도 안 가고 집에서 살고 있는 너도 문제"라는 말을 들은 피해자도 있었다.
한 여성은 남자친구와 싸우다 주먹에 코를 맞고 신고했으나 "못생겨서 성형하려고 일부러 그런 것 아니냐"는 황당한 말을 들었다.
경찰이 강간미수 피해자에게 "걔(가해자) 부모님을 생각해 봐" "네가 예뻐서 그랬나 보지"라고 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한편 한국여성의전화는 지난 2일 서울에 있는 한 가정폭력 피해자 보호시설에 가해자가 침입했을 당시 신고를 받고 도착한 경찰이 오히려 가해자 입장을 대변하는 일이 벌어지면서 대응에 나섰다.
단체는 10일부터 SNS에 '#경찰이라니_가해자인줄'이라는 해시태그를 다는 캠페인을 시작해 누리꾼들로부터 경찰에게 받은 2차 피해를 증언하는 사례를 모았다.
이후 10~13일 게시된 글 중 작성자 허락을 받은 112건을 추려 사례집을 냈다.
이날 공동행동은 이 피해 사례집을 경찰청에 전달하고 "경찰은 부끄러움을 알고 여성 대상 폭력사건 대응체계와 인식을 전면 쇄신하라"고 요구했다.
또한 "(2일) 사건 발생 이후 공식적인 사과를 요구하는 공문을 두 차례 경찰에 보냈으나 회신이 없었다"며 해당 사건의 관련자 징계와 공식 사과를 요구했다.
배다현 기자 dahyeon@insight.co.kr